장소 취향

코스모 40 카페는 왜 1층을 문화 공간에 양보했을까?

취향편집가 2022. 9.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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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시설에서 문화 시설로 탈바꿈한 코스모 40,
  이곳이 위치한 인천 가좌동 일대까지 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카페 하나가 도시 분위기를 바꾸는지, 대체 어떤 공간인지 한 번 가봤습니다. "

 


요약

위치


 

영업 시간

10:00~20:00

 

주차

주차 가능, 쾌적한 주차 공간

 

메뉴

필터커피 5,000원

첫사랑IPA 8,000원

크로아상 3,500원

 

특징 

이색적인 행사, 공연, 전시 관람이 가능해요. 

필터 커피 맛이 부드럽고 좋아요. 

베이커리류도 종류가 많고 맛있어요. 

맥주도 마실 수 있어요. 

 

 


카페인가?  복합문화공간인가?

코스모 40 건축 외관

 

요즘 인천 가좌동 일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코스모 40 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사실 카페 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이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가면 뭐하는 곳인가 싶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주변 공장, 주택들과 어울려 있어요. 

지도로 살펴본 주변 일대
지도를 살펴보니 정말 주변에 카페, 음식점이 여럿 생겼네요.

 

코스모40이 문을 연 2018년 10월 이후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인근에 공방을 열고 음식점, 카페도 늘어나고 있어요.

삭막했던 공장 지대가 생동감 넘치는 거리로 변신하면서 외부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에요.

제가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문래창작촌과 비슷한 양상이죠?

 

문래 창작촌이 낡은 방직 공장에서 핫플로 거듭난 이유

 

문래 창작촌이 낡은 방직 공장에서 핫플로 거듭난 이유

철의 도시 작은 철공소가 모인 지역으로 유명한 문래동은 원래 방직 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지금의 이름은 그 공장에서 실을 뽑던 ‘물레’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

lifarty.tistory.com

 

인천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도 가좌동은 공장, 굴뚝, 목재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후진 동네 였지요.

몇년 전 회사 일로 알게 된 사진 작가께서 전시를 한다고 알려준 곳도 코스모 40 였어요.

그 동네에 이런 복합 문화 공간이 생긴다고?

이거 하나로 얼마나 달라지겠어?

우습게 봤었는데 때마침 회사 근처이기도 하고 생각난 김에 팀원들과 다녀와봤어요.


혐오시설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2008년도 위성 사진
2008년 위성 사진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코스모40 부지는 원래 1970년대에 지은 7만 6000㎡ 규모의 코스모화학 공장 단지 45개 동이 있던 곳입니다.

2016년 시설 노후로 울산으로 공장 이전이 결정되면서 44개 동은 철거되었으나 가장자리에 위치한 40동은 공사 분진과 소음을 차단하는 가림막 역할을 하느라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코스모 40 간판

그래서 이름 뒤에 숫자 ‘40’이 붙었나 봅니다. ‘코스모’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함이 있는데 ‘40’이라는 숫자가 붙으면 더 호기심이 생깁니다. 단순한 듯 심오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네이밍도 과거 부지의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네요.

 

코스모화학은 세계 점유율 2~3위의 상당히 큰 회사입니다. 화학 공장이었던 만큼 주민들로부터 민원도 많았다고 해요. 공장 40동이 철거되기 직전에는 폐공장 건물 내부의 분위기에 압도당할 정도로 낡고 먼지도 엄청난 상태였답니다.

 


과감하게 1, 2층을 전시 공간으로 양보하다

코스모 40 1층 입구
1층 입구.

사라질 뻔했던 코스모40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기존 건물의 전 층을 전시와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기본 골격은 남기고,신관을 증축해 보강했습니다. 코스모40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프로젝트의 본래 목적이었기 때문에 드넓은 공간을 대형 카페로 뻔하게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관 3층만 카페로 활용하고 1, 2층은 전시 공간이 자리잡았습니다.

 

1층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전시 공간으로 연결됩니다. 

1층 전시 공간
1층 전시 공간
1층 전시 공간
1층 전시 공간

 

주변에서는 유동 인구를 잡고 매출을 올리려면 1층을 카페로 차리는 것이 낫다고 극구 말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층을 포함해 구건물 전체를 전시·이벤트 공간으로 비워둔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1층에만 머물렀다가 떠나지 않고 건물을 탐색하면서 문화·예술을 만나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기획자들의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주효했습니다.

저희도 입구를 찾다가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함께 방문한 팀원들도 건축 전공자들이다 보니 흥미롭게 도록도 살펴보고 전시장을 구석구석 감상했습니다.

 

골조의 빔 안에 간접 조명을 설치했어요. 

도장으로 단일 컬러를 지정하는 대신 다양한 조명 컬러로 전시 또는 이벤트성 행사 분위기에 맞춰 연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효범 작가님의 '바깥의 전개' 전시입니다. 

메모와 드로잉이 화면에 구성되어 작가의 독특한 시점이 담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모두들 한참 서서 감상했어요.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가 나오나 싶었는데 또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어요. 

평일 낮이라 그런지 적막함이 공간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3층 카페 공간

3층 카페 공간

3층에 오르고 나니 손님들이 있네요 . 

개성 있는 철제 의자와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네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샹들리에 조명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샹들리에 조명 디테일 컷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샹들리에 조명입니다. 

SF 영화에 나올 법한 자태죠. 

케이블과 속 구조를 감추기 보다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기계 미학을 뽐내고 있습니다. 

메뉴판

메뉴 구성은 이렇습니다.

저녁에 온다면 꼭 맥주를 마셔보고 싶네요. 

베이커리
다양한 종류의 빵들
맥주

맥주맛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빈브라더스의 원두와 드립백은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인더스트리얼 그 자체입니다. 

레어로우 스틸 가구도 눈에 띄네요.(사실 보기에는 좋은데 앉으면 꽤 불편해요.)

 

건축가는 접근법이 남다른 것 같아요. 무조건 고급스럽고 아름답게가 아니라 낡은 것이던 새 것이던 그들만의 해석법이 갖고 실현하죠. 

사실 제가 다니는 회사 내부도 딱 이런 분위기의 인테리어입니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고 상도 받았습니다만 사무실로 이용하기엔 불편한 점도 많아요.천장의 노출 배관에 쌓이는 먼지, 별도의 공간 분할이 없는 개방형 공간이라 산만한 점, 가구와 집기가 맞춤식 제작 방식이라 이동, 분리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상업 공간이라면 감성의 영역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스모 40은 증축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역사성, 도시 재생 이라는 인식 전환이 높이 평가 받으면서 2019년 인천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인천 내 산업 단지의 자산을 재활용하고 가좌동이라는 고유의 지역성과 건축적 실험 정신이 효과적으로 반영된 건축물로 인정받은 것이죠.

음료와 베이커리

최근 들어 즐겨 찾던 카페가 도화동 엘리웨이 빈브라더스였어요.

보통 이런 컨셉의 카페는 음료 맛이 떨어지곤 하잖아요.

커피 맛도 괜찮았고 베이커리 종류도 다양하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주변 건축물 주변 건축물 주변 건축물

주변에는 신규 건축물도 눈에 띄고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곳도 여럿 눈에 띕니다.

이 일대가 2020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어 아트 퍼니처와 벽화, 공공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었습니다. 다재다능한 작가들이 뭉치면서 활기가 생긴거죠.

나중에는 여유 있게 주변의 다른 곳도 둘러 봐야 겠어요.  

 


낙후된 곳이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다.

 

가좌동처럼 문화 기반 시설이 취약한 도시는 반가운 현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오래 머물던 주민들도 수십년 간 혐오시설로 남아 있던 공장이지만 막상 한 순간에 사라지니 시원섭섭함이 있었다고 해요. 이 지역에서 오래 생활한 분들에게는 화학 공장조차도 오랜 기억의 산물일 테니까요.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모르는데 나중에 커서 그 장소가 얼마나 좋았는지 깨닫게 되잖아요. 여기를 방문한 어린이들이 10, 20년이 지난 후에 '좋은 곳이구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구나'하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대로 살던 곳이니, 이 동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이곳은 낙후된 곳으로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던 동네였습니다. 순수하게 지금보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기획자 성기훈, 심기보 폴인 인터뷰 중에서

 

단순히 멋지고 돋보이는 외관으로 이목을 끄는 건축물이 난무합니다.

최대한 손대지 않고 남겨 두고 재해석한 기획자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 도시의 인식을 바꾸는 일은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하니까요.

과거 기억에만 머물던 가좌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번 둘러 보세요.

구석구석이 더 궁금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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