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트랙터를 운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짐 로저스(세계 3대 투자자)
오랫동안 즐겨 보는 잡지인 월간 디자인 5월호에서 '애그리컬처 디자인'을 다루고 오늘 사내 금요교육 시간에도 '애그테크'를 주제로 한 강연이 있었어요.
애그리 테크, 애그 테크, 애그리컬처까지... 대체 뭔가요?
월간 디자인에서 다룰 때에는 재미거리 정도로 읽었는데 오늘 강연까지 시청하고 나니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더군요.
같이 공부해보고 관심 있는 분은 어떻게 대비할지, 저와 같은 디자이너는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고요.
애그 테크란?
한때 사양산업으로 여겼던 농업이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를 거라고 합니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손정의 등 전 세계 부자들이 농업에 투자 중이래요.
애그 테크란 애그(농업 Agriculture)+테크(첨단기술 Technology)의 합성어로 전문가들은 애그 테크를 통해 농촌의 지속가능성과 생산성·효율성·편리성 향상, 노동력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애그 테크의 해외 사례
미국의 식물 농장 스타트업인 Plenty는 벽면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 수경 재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플렌티는 벽면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IoT(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작물 재배와 공기 정화 효과, 경관 개선 효과 등 세 마리 토끼 잡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름 4인치의 파이프 내부에 카메라와 센서 등을 설치해 습도와 온도 등을 자동으로 점검하도록 했다고 해요. 물과 양분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도록 하고 물은 재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농장에 비해 물은 1% 정도만 사용해요.
수직으로 재배하면서 넓은 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생산량은 최대 350배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LED 인공조명으로 측면에서 빛을 쬐면 식물도 알아서 옆으로 자란다고 하니 정말 신기합니다.
농업에 투자하는 이유
전 세계 투자자들이 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략 5가지로 볼 수 있어요.
- 인구 증가와 평균 수명(2050년 기준 평균 수명 100세)의 증가
- 기후변화, 종자 개선
- ICT 기술의 발전, 어떤 산업보다 농업이 큰 시너지 내고 있음.
- 식량 안보의 중요성, 전쟁, 코로나 등의 이유로 각국 식량자급률 저하
-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 증가, 농약 사용량 증가, 스마트 농업 활성화 필요
사실 농업은 가장 진보화되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결합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합니다.
농업의 근본인 씨앗, 종자 이야기
세계 종자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대부분의 종자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거의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요.
해외기업에 지급하는 종자 로열티 1,357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혹시 씨 없는 수박 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지 않나요?
바로, 우장춘 박사님입니다.
그분의 업적으로 대부분 씨 없는 수박을 떠올리는데 사실 잘못된 정보가 교과서에 실린 거라고 하네요.
종자 개량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일본의 사례를 인용한 건데 우장춘 박사님이 직접 연구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요.
1940~50년 대 당시 우장춘 박사님은 해외에서 너무나 유명한 농학자였습니다.
일본에서 내내 공부한 박사님을 어렵게 한국으로 모셔오게 되었고 먼저 한국의 주요 식량 작물의 종자를 개량하는 일을 하셨대요.
대표적인 작물이 강원도 감자, 제주도 감귤입니다.
종묘 산업의 기초 마련하시고 여러 제자도 육성해서 우리나라 농업 역사에 큰 기여를 하셨죠.
한 때 우리나라도 종자 산업 강국이었으나 외환 위기 때 국내 3대 종자 회사가 해외 기업에 매각되면서 현재는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하지만 바이오 강국의 이점을 살려 유전자 가위(세포 내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작물의 형질을 바꾸는 것) 등의 육종 방법을 적용한다면 종자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에그 테크 국내 사례
세계 최초 터널 식물 공장
넥스트온은 18년간 폐쇄됐던 충북 옥천터널을 스마트팜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수 LED와 미생물을 활용하여 화학 비료를 최소화하고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제어를 통해 안전하고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터널은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서 식물 재배에 적격이라고 하니 대단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아닐 수 없어요.
일반 LED 조명은 온도가 67도까지 올라 겨울에도 에어컨을 틀어야 하지만, 넥스트 온의 LED 조명은 35도를 넘지 않는다네요. 이를 통해 냉방비를 약 70% 절감했다고 해요. 넥스트온 대표께서 LED 조명 회사에서 일하셨던 분이라고 하니 그 응용력에 더욱 놀랐습니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역 식물 공장, 메트로 팜
출퇴근 시간 직장인과 지역 거주민들로 붐비는 상도역. 이곳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수직 실내농장 ‘메트로 팜’은 ‘수직 스마트팜 모델과 유휴공간의 활용을 통해 도시농업을 확장한다’라는 취지에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그리고 국내 기업 팜 에이트의 합작품으로 서울 도시민들에게는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도시농업 일자리 창출, 미래 농업 체험을 위해 만들었어요. 원래 ‘만남의 광장’으로 사용되던 이 공간은 지난 2019년 9월 엽채류와 허브로 가득한 농장으로 변신하면서 로봇이 파종~수확까지 관리하는 ‘오토팜’과 당일 수확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를 판매하는 ‘팜 카페’, 체험 공간인 ‘팜 엑스’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IT 기술과 농업이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건 증명한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세계 농업 생산량 2위 국가, 네덜란드에서 농업 인공 지능 경진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작물 배재의 장인들을 제치고 AI 가 재배한 오이, 방울토마토 팀이 우승하는 사건이 일어난 거죠.
한국의 인공지능 팀인 ‘디지로그’로 3회 농업 인공지능 경진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며 도전 중이라고 합니다.
IT 분야의 인재들이 농업에 도전하는 것처럼 농업과 전혀 다른 분야의 인재가 투입되어 다양한 변수를 해결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어요.
애그 테크 시대의 디자인
애그 테크는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농업 관련 제품 하나를 완성도 있게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인사이트를 불어넣는 디자이너가 필요한 단계로 보입니다. 이 분야는 거침없이 틀을 깨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거든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낯설게 보고 신선한 대안을 찾는 게 우리 디자이너의 일이잖아요.
제품 , 브랜드, 공간, 콘텐츠 디자인의 역할
먼저 제품 디자이너들은 스마트 농업에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도시형 농기계를 디자인할 수도 있고 스마트 트랙터를 연구할 수도 있겠죠.
브랜드 전문가들은 농부와 소비자 사이를 이어주고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에요. 농작물의 숨은 진심과 가치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건 브랜드 디자이너가 가장 잘할 수 분야죠.
얼마 전에 제가 소개해드렸던 김포 '벼꽃 농부'와 같은 공간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공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콘텐츠 전문가들은 신선 식품의 맛, 식감, 당도, 계절별 이슈 등 알짜배기 정보를 담아 콘텐츠화하여 공유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죠. 건강한 농산물이 어떻게 우리 식탁까지 오는지 스토리를 짜고 작물의 성격에 맞는 요리법이나 농기구를 연출하거나 관련된 소설, 영화, 음악 등을 엮어 테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타츠야 서점처럼 농가의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것이죠.
야채는 눈으로 먹는 상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는 외관을 꼼꼼히 본다고 합니다.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디자이너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죠. 화려하게 꾸미는 디자인보다 농산물 본연의 색감이 잘 드러나는 투명한 타입의 패키지와 농산품을 기억하기 쉽게 네이밍 한다면 어떨까요?
진정성이 먼저
농업은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시장입니다. 이런 가능성에 더 많은 디자이너가 주목하길 바랍니다.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젊은 층에도 농업의 중요성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디자이너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장사꾼이 되고 때론 프로모터로도 변신할 수 있죠.
농업 환경이 어려울수록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디자인이 농업에 가장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농가와 상생하려는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이 과다한 비용만 드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판매를 일으키는 데 도움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에게 농산품의 맛과 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농산품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을 연결해주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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