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취향

고요한 자연 그대로의 섬, 굴업도

취향편집가 2022. 4. 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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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어려운 섬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로 꼽은 곳이 굴업도다. 

워낙 정보도 없고 낯선 곳이라 뜻이 맞는 회원들 몇몇과 함께 굴업도 여행 계획을 짰었다. 

근데 웬걸. 가려고 할 때마다 태풍에 막혀 배가 뜨지도 못한 채 근처 삼겹살 집에서 소주만 먹고 헤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오기로 가려했었나. 

결혼 직후 아내를 설득해 다녀온 게 10년이 지났다.

 

화장실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불편한 곳은 딱 질색하는 아내도 이곳에서의 고요함, 시원한 풍경은 맘에 들었단다. 

8월 성수기에 넓은 해변의 텐트 하나, 몇몇 사람만 노는 풍경을 본 적 있는가.

 

굴업도는 인천항에서 85㎞, 덕적도에서 13㎞ 떨어져 있다. 굴업도에 가려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덕적도에서 1시간가량 기다린 뒤 갈아타는데, 덕적도~굴업도 노선은 홀·짝숫날에 따라 노선이 달라진다. 짝숫날은 덕적도에서 출발한 배가 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 등 4개 섬을 들렀다가 맨 마지막에 굴업도에 들어가고, 홀숫날은 역순으로 순회한다. 

이런 상황이나 어지간한 의지로는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굴업도는 CJ그룹 사유지라고 한다.

CJ그룹이 2006년 굴업도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섬의 98.5%를 사들였다. 환경단체의 반발에 막혀 골프장 사업은 포기했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갖고 있다. 그래도 주민 10여 명이 관광객을 상대로 밥도 팔고 방도 팔며 살고 있다.

이 작은 섬에도 성당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성당을 만날 수 있다. 

 

일반 상가 우편함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이 우편함이 굴업도의 모든 세대의 소식통이다. 

 

천혜의 자연 경관

 

굴업도는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섬이다.

굴업도의 자연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특히, 지리학자에게 굴업도는 교과서 같은 섬이다.

굴업도는 국내 최대 송골매 서식지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보호종 먹구렁이 서식지라고 한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개머리 언덕을 어슬렁거리는 사슴 수십 마리도 볼 수 있었다. 옛날 섬 주민이 방목하던 사슴이 세월이 흘러 야생동물이 됐다. 텐트를 치고 있으면 가까이 와서 기웃거리는 녀석도 있다. 

섬 대부분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자연적인 분위기가 강하여 인공적인 시설은 드문 편이다. 덕분에 천혜의 수려한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불빛이 적어 여름밤에는 은하수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어 개머리 언덕을 중심으로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 

도시에 익숙한 내 입장에서는 별다른 놀거리가 없어 보여도 그들에겐 여기가 최고의 놀이터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니 아들 녀석과 백패킹을 가고 싶어 진다. 

아직은 어려서 무리겠지만 언젠가 아들과 함께 밤하늘을 보며 술도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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