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취향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치유한다.

취향편집가 2022. 4. 1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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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살다가 마주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미친 척 받아들이고 어떻게 벗어날지 보여 주는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좋은 평을 받았고 흥행까지 성공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이다.

당시 제니퍼 로렌스의 매력에 빠져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죄다 섭렵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다.

리뷰를 위해 10년 만에 다시 찾아 봤는데 역시나 재밌다.

 

제목 ‘silver lining’ 은 햇빛이 구름 뒤에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 생기는 은색 선을 가리키는 말로 ‘한 줄기 빛나는 희망’을 의미한다.

‘playbook’은 미식축구의 용어로 각본이나 스포츠 팀의 공수작전을 그림 등으로 표현한 책을 말한다.

다시 말해 '불행한 삶 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찾기 위한 작전' 정도로 이해하고 감상하면 좋겠다.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이 제목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8개월간의 정신 병원 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팻(브래들리 쿠퍼)은 오자마자 아내를 찾는다.

사실,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유는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후 분노를 참지 못해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팻은 아직도 아내를 찾으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곧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장면은 팻의 머리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분노를 참지 못한다.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이 헤피엔딩이 아니라는 이유로 분노를 퍼부어댈 정도다.

잘못한 건 아내인데 왜 그가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

앞뒤 정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것처럼 보이겠지만 알고 나면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거다.

 

 

어느 날, 팻은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동네 친구를 만나고 저녁 식사를 초대받으면서

친구의 처제인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나게 된다.

사실 티파니는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회사 사람들 모두와 섹스를 하고 해고까지 당한 상황이었다.

티파니는 팻을 처음 보자마자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팻은 자신에겐 오직 아내밖에 없다고 선을 긋는다.

 

 

 

티파니의 실버라이닝

티파니는 남편을 잃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애정을 갈구하면서 남성들과 관계를 가진다. 그 남성들은 감정 없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지만 팻은 넘어가지 않는다.

티파니는 지금껏 겪은 남성들과 다른 팻의 순수함에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

팻이 그녀의 ‘실버라이닝’이 되는 시작인 것이다.

 

 

왜 댄스대회인가?

티파니는 팻의 아내를 알고 있다.

팻은 접근 금지 명령으로 만날 수 없는 아내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어 티파니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티파니는 편지를 전해주는 조건으로 댄스대회에 파트너로 함께 참가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거래는 성립되고 만남과 갈등을 거듭하면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팻의 실버라이닝

팻의 아버지가 팻에게 전하는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누군가 손을 내밀려할 때 마음을 알아채는 게 중요해.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는 건 죄악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찾아오는 인생의 큰 변화와 마주해야 돼.

티파니는 널 사랑하고 있고 니키는 널 사랑하지 않아.

분명히 말하는데 망치지 마라.

미친 사람에게 미친 사람으로 대해줘서 고맙다는 팻.

팻의 실버 라이닝 또한 그녀 티파니였다.

 

 

 

미쳤다는 건 뭘까?

그들이 겪은 상황이라면 누군들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미친 구석 하나쯤은 갖고 있다.

팻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는 자신이 응원하는 풋볼팀이 경기하는 날에 아들 팻이 옆에서 같이 응원하면 무조건 경기에 이긴다는 믿음으로 도박에 전재산을 거는 사람이다. 팻의 친구 로니는 가끔 차고에 들어가 물건을 때려 부수는 걸로 마음을 달랜다.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 역시 광적으로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등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감독은 당신들도 그들 못지않게 마음의 병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주인공들조차 서로 ‘내가 미치긴 했어도 너 보단 덜 미쳤지’하며 우겨 댄다.

결국 이런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당신도 나도 영화를 보며 웃었다면 미친 사람이다.

그렇지만 공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는 불완전한 두 남녀가 만나 어떻게 그들만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준다.

두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마주하고 상대의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둘만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완성해 나간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팻의 편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내 광기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이 광기를 내뿜을 때뿐이죠.

고마워요. 사랑해요.

당신과 만난 순간을 기억해요.

이 말을 하기 전까지 오래 걸려 미안해요.

깨닫지 못했어요.'

 

우리 모두는 결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미친 짓도 하며 살아간다.

때론 절망적인 상황을 만나기도 하지만 미친 척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고민해보자.

가끔은 망가져도 좋다.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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