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까지 열정과 투혼을 불살랐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지난 3월 28일 일본 음악계의 거장 류이키 사카모토가 향년 71세로 작고했다.
그는 2022년 6월 자신이 직장암으로 인한 시한부 상태임을 언급했다. 당시 사카모토 류이치는 “수술이 아닌 투약 방식으로 통원 치료를 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2022년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온라인 피아노 솔로 콘서트를 진행하며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앞두고도 7년 만에 오리지널 앨범 '12'을 공개하며 마지막까지 열정과 투혼을 불살랐다.
어쩐지 달리고 싶은 ‘Rain’
류이치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을 작곡하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는 등 영화 음악계의 거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마지막 황제 OST 에 수록된 ‘Rain’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어디론가 달리고 싶을 때 자주 듣던 곡이다.
어릴 적 부터 비를 좋아했다.
대학 시절 친구의 싸이 홈피에 들어 갔다가 배경음악이었던 ‘rain‘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어느 울적했던 날 이 곡을 들으며 우산도 없이 흠뻑 젖은 채 집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양말까지 축축하게 젖고 안경에 맺혀 있는 물방울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리 만큼 기분이 좋았다.
피아노의 두근거리는 속도감. 서정적인 바이올린 선율, 적당한 긴장감을 끌고 가다가 살짝 풀어 주는 밀당.
우울하고 상실감을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
단순하게 반복되는 멜로디가 오히려 깊이를 더해 준다.
이 음악을 들으면 물 웅덩이를 피하기 보다 첨벙 발을 담그게 된다랄까.
여전히 비를 좋아라 하지만 이제는 아침 출근 길에 감기를 걱정하는 겁 많은 중년 아저씨가 되었다.
실패를 걱정하기 보다 객기도 부렸던 나의 20대를 흠뻑 젹셔 주던 음악 ‘Rain’
그 밖에도 Merry Christmas Mr. Lawrence, forbidden colours 등의 명곡들은 대학 시절 나를 뒤흔들어 놓았고 작업을 할 때도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동서양의 경계를 아우르는 음악적 표현법은 수 십년이 지나도 아름답고 나를 멍하게 만든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한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화와 환경보호를 열정적으로 옹호하며 그의 작품에도 반영했다.
한 가지 예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재해에 대한 그의 대응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도쿄에서 "No Nukes"라는 콘서트를 조직했다. "No Nukes" 콘서트는 자신을 비롯한 다양한 아티스트와 음악계의 저명한 인물들의 공연을 선보였다. 이 행사는 수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 모았으며 원자력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종종 자연의 소리를 작품에 반영해 조화와 균형을 창출하는 데 사용했다. 그의 앨범 "Async"는 새소리, 곤충 및 기타 자연음을 음악의 구조에 짜넣은 것이 특징이다.
그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음악가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했으며, 그의 작품은 후배 음악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긴 그의 음악 세계는 바로 이러한 섬세한 관찰과 자연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당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음악만은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음악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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