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취향

발뮤다 토스트기는 왜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까?

취향편집가 2023. 4.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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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가전 업계의 애플, 발뮤다

발뮤다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심플한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제품 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대표가 세운 작은 회사가 프리미엄 선풍기, 토스트기, 공기 청정기로 가전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발뮤다 제품은 뭐가 다르길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발매만 하면 베스트셀러가 될까?

 

출처 : 발뮤다 토스터 사진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출처 : 발뮤다 토스터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30 만원 대의 토스터를 만나다.

발뮤다는 가전제품군의 프리미엄화를 주도하며 가격은 높지만 제값 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이지만 선풍기나 공기청정기 모두 넘사벽의 가격대라 구매할 엄두가 안 났다.
제품디자이너로써 호기심에 발뮤다 선풍기를 들이고 싶었지만 내무부장관님께 혼쭐이 나고 포기했다.
결국 샤오미 선풍기를 구매했다.
반갑게도(?) 결혼할 때 선물 받은 테팔 토스터가 고장 나면서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발뮤다 토스터기를 들이게 되었다.
빵을 좋아라 하는 내무부장관님은 이번만큼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발뮤다 토스트기는 정갈하고 직관적인 제품 디자인이 매력이다.

발뮤다 토스트 / 우리집 주방
발뮤다 토스터 / 우리집 주방

 
발뮤다의 대표 제품은 토스터다.
당시 토스터 시장에서는 비슷비슷한 품질과 가격대의 제품들이 경쟁 중이었다. 하지만 발뮤다가 기존의 토스터로는 느낄 수 없었던 식빵의 맛을 구현하자, 3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깔끔하다. 꼭 필요한 것만 표시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무인양품, 발뮤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브랜드는 추구하는 철학은 조금 다르지만 제품을 표현하는 컬러와 간결한 형태는 닮아 있다.
더 뺄 게 없는 정갈한 컬러와 형태는 집안, 사무실 어디에나 두어도 잘 어울리는 가전제품이 되었다.
자꾸 쳐다보고 사용하고 싶어지는 친근함은 덤이다.
 
 

발뮤다 토스트 / 다이얼발뮤다 토스트 / 다이얼
발뮤다 토스트 / 다이얼

기본 토스트 / 치즈 토스트 / 크로와상 / 바게트 / 클래식 모드
픽토그램이 너무 앙증맞다.
타이머 조절 다이얼 역시 직관적으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다이얼을 돌릴 때 톡톡톡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발군이다.
빵을 넣고 돌릴 때마다 기분 좋고 기대감을 갖게 만든달까?
라이팅도 적절하다.
 

발뮤다 토스트 / 사용 설명 인쇄
발뮤다 토스트 / 사용 설명 인쇄

빵마다 타이머 조절 방법이 제품 상부에 인쇄되어 있다.
별도의 사용 설명서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심플한 디자인에 사용 방법을 크게 인쇄한 점은 의외이다. 사용자 편의성,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춘 걸까?

발뮤다 토스트 / 식빵
발뮤다 토스트로 소생시킨 식빵
발뮤다 토스트로 소생시킨 식빵

 
냉동 식빵을 2분 30초 데우고 하니 정말 겉은 노릇노릇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빵이 만들어진다.
양념 좀 치자만 요 맛을 알게 되고 아침 출근 시간이 조금은 덜 힘들어졌다.
 
 

발뮤다는 제품보다 고객의 체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죽은 빵도 되살리는 토스터’
입소문을 타고 판매대수 100만 대를 기록한 대히트 상품이 되었다.
이는 발뮤다 토스터의 제품 디자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수한 기능을 구현하고 그 기능을 맛보는 사용자의 체험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사내 직원들과 바비큐를 하면서 숯불에 구워 먹었던 토스트의 맛이 잊히지 않는데 그 맛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맛있는 식빵을 굽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온도를 아무리 세세하게 제어해도 촉촉함과 바삭바삭함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잡힌 토스트가 구워지지 않았다. 당시 발뮤다 기술 담당자는 약 5,000장의 토스트를 구워 먹었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갔지만 발뮤다가 원하는 수준의 맛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문득 회사에서 바비큐를 한 날에 비가 많이 왔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공기 중의 습기가 빵을 맛있게 만들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해 실험한 결과 원하던 식빵 맛을 구현하게 된 것이다.

발뮤다 토스트 / 5 cc 컵
발뮤다 토스트 / 5 cc 컵

비결은 바로 5 cc의 물이다. 
이 앙증맞은 컵은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옵션은 아니다. 별도 구매한 제품이다. 

발뮤다 호환 법랑그릇
발뮤다 토스트 / 법랑 그릇

법랑 그릇 역시 별도 구매이다. 
이 2가지의 별매 옵션은 국민토스트로 등극하면서 기본 옵션화되었다. 

발뮤다 토스트 / 스팀을 만드는 모습
발뮤다 토스트 / 스팀을 만드는 모습

 
발뮤다 토스터는 다른 제품들과 다르게 급수구에 5cc의 물을 넣어 내부에 스팀을 만들어 빵 표면에 수분막을 형성한다. 
식빵의 안의 수분을 촉촉하게 유지하면서 겉은 바삭한 식빵을 만드는 비법은 바로 5cc의 물이다. 
외관 디자인도, 아날로그 감성의 소리도, 빵을 굽는 정도를 제어하는 것도 모두 고객이 빵을 입에 넣는 순간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발뮤다는 토스터가 아니라 토스트를 먹는 순간의 기쁨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발뮤다는 어떠한 철학으로 제품을 만드는가

출처 : 발뮤다 토스터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출처 : 발뮤다 토스터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제품이 아닌 제품 뒤의 사람을 생각합니다.

발뮤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요즘 제품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사용자의 경험이다.
사용자가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할 때의 기쁨, 감동, 편리함.
이제 단순히 기능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끝났다.
발뮤다가 말하는 소비자의 경험은 소비자가 느끼는 기쁨이다.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경험을 전달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발뮤다는 이러한 '경험'을 '소비자가 느끼는 기쁨'으로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맛있게 구워진 빵을 먹었을 때의 기쁨,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직접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즐거움이 발뮤다가 말하는 경험이다.
예쁜 디자인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발뮤다는 소비자의 경험을 구현할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 자신의 집에 두고 싶은 디자인인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고 한다. 제품의 색상도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여 불필요한 인상을 만들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출처 : 발뮤다 창업인 테라오 겐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출처 : 발뮤다 창업인 테라오 겐 / 발뮤다 공식 홈페이지

창업자인 테라오 겐의 조선일보 인터뷰(2019년 3월) 내용 중 일부를 전한다.
Q : 공부 말고 뭐가 중요한가?
A : 사랑!
Q : 디자인 사랑?
A : 아뇨. 사람에 대한 사랑. 디자인을 하든 음악을 하든 모든 일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하니까요. 어쩌면 '연애'야 말로 '브랜딩'의 교본이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뭘 좋아할지,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행동하잖아요. 제품도 그렇게 만들면 성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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