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건

막걸리 아재술에서 힙한 전통주로 등극, 그 중에서도 이 막걸리에 주목

by 취향편집가 2023. 9. 20.
반응형

막걸리는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먹는 전통주가 아니다.  진화하고 있다.

 

 

막걸리의 반란

MZ 세대를 중심으로 힙한 술로 자리 잡은 위스키, 와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술이 있다. 

바로 막걸리이다.

아재술, 머리 깨지는 술로 불리던 막걸리가 분위기를 중시하고 다양한 맛을 즐기는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내리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힙’하게 변신하고 있다.

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흔하디 흔한 맥주와 희석식 소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과 멋을 찾는 MZ세대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남들과 다른 취향으로 인식되는 것. 코로나19 이후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빠르게 취하고 저렴한 희석식 소주보다는 비싸더라도 더 맛있고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전통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중에서도 막걸리는 장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한 술로 인식되어 건강과 술 맛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제품의 브랜딩과 패키지 디자인에 힘을 주고 있다.  아름다운 병과 레이블 등의 유니크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장인 막걸리의 부상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풍미와 개성이 넘치는 소량의 수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제조사들은 막걸리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선물 받고 꽂힌 비상구막걸리

팀 내 선배로부터 진급 선물로 막걸리를 받았다. 

막걸리 애호가라 기대가 컸다.

이전까지 나의 최애 막걸리는 장수로 시작해 지평으로 마무리하는 순이었다. 

이 낯선 막걸리는 라벨부터 남달랐다. 

 비상구 막걸리 패키지 디자인
비상구 막걸리 패키지 디자인

 

젊은 감각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막걸리의 겉모습은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이름도 '비상구'? 게다가, 도수는 9 % 라니. 

아스파탐은 없네. 

일단 선물이니 좋아하는 안주와 함께 맛보았다. 

비상구 막걸리와 안주
비상구 막걸리와 안주

안주로 순대와 골뱅이 무침을 택했다.

정말 좋은 궁합이다.  

비상구 막걸리 때깔
비상구 막걸리 때깔

한 모금을 들이키며 아내와 눈이 맞았다.

오~ 괜찮은데?

쌀 본연의 자연스런 단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발군이었다. 

평소 아스파탐의 탄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입 안에서 맴돌 때 묵직하게 느껴지는 바디감과 깔끔함이 맘에 들었다. 

바로 선배에게 좋은 막걸리를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카톡을 날렸다. 

병을 비운 뒤 포털을 통해 주문 버튼을 누른다. 

 

 

 

비상구 막걸리는 뭐가 어떻게 다를까?

1925년에 설립돼 100 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주조장이 있다.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에 위치한 성수주조장이다. 성수주조장은 전통주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생막걸리 2종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300병이다. 대형 막걸리 제조사에 비해 적은 물량인 만큼 고품질의 다른 맛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막걸리 맛은 물과 쌀, 누룩이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수주조장은 맑고 깨끗하기로 정평난 진안 마이산 계곡물과 양조하기 좋은 쌀로 알려진 전북의 신동진 특등급 쌀과 누룩으로 막걸리를 제조한다.

 

성수주조장을 인수한 새로운 대표는 인수 후 첫 제품으로 '존버 1925'와  '비상 9'를 출시했다. 제품명이 100년 역사의 무게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싶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맛은 전통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네이밍은 타겟팅 대상인 MZ세대 눈높이에 맞추기로 했다고 한다. 

 

라벨을 새롭게 디자인한 비상구 막걸리

 

'비상9'라는 네이밍은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 MZ세대들은 비상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삼았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모두 비상(飛上)하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9도의 '비상9' 막걸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스토리를 알고 나니 막걸리 이름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 신규 네이밍과 독특한 라벨 디자인이 이해가 된다. 

지난, 7월 주문한 비상구 막걸리를 받아 보니 그 사이에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이번 라벨 디자인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브랜딩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산다. 

 

성수 주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세 번을 숙성해 완전 발효시킨 상태에서 병입 하기 때문에 탁주 특유의 두통 및 트림 등의 불편함이 거의 없다. 비상구 막걸리의 특징 중 하나는 특유의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다. 다른 막걸리 브랜드처럼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맛이다.  오히려 둘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므로 미묘한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탁월한 선택이다.

 

오늘은 비 오는 수요일.

얼마 전 시장에서 공수해 온 명란젓 알탕과 콩나물전을 안주 삼아 한 잔할 생각에 벌써부터 퇴근이 기다려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