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취향

필름 카메라를 다시 찾는 이유

취향편집가 2022. 6. 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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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번거로움은 불편함이 아닌 새로운 즐거움이다. 

 

빠르고 정확하고 비용도 덜 드는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MZ 세대가 요즘 필름 카메라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필름을 사서 끼우고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찍은 다음 현상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는 게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2020년 뉴트로 열품을 타고 불어온 아날로그 열풍은 필름 카메라로 이어져 찾는 고객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하네요.

쉽게 찍고 지우는 디카에 비해 필름 사진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추억도 남다릅니다.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과정도 독특한 경험이지만 인화한 사진을 간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죠.

제가 군 전역 후 사진 공부를 하고 싶어 남대문 상가에서 구매한 첫 필름 카메라가 펜탁스 MX입니다.

 

펜탁스 MX 카메라 외관
출처 11번가

아쉽게도 요 녀석을 직접 찍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어요. 

후배에게 빌려주고 10년이 훌쩍 지나서 지금은 받기도 애매해 수중에 없지만 그 감촉과 추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2005년 당시 만난 MX가 1979년 제조, 제 나이보다 많았죠. 완전 기계식 카메라라 배터리도 필요 없는 녀석이었어요. 물론 적정 노출을 확인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하긴 했지만요.

디지털카메라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그때도 필름 카메라는 생소했는데 지금의 MZ 세대에게는 더욱 신기한 물건일 것 같습니다.

애지중지하던 녀석을 유명 수리점에 맡겨 놓고 기다릴 때의 긴장감이란.

사진 수업을 들으며 다른 학생들은 디카로 찍어온 파일을 골라서 과제로 제출할 때, 필름을 사서 찍고 현상하고 디지털 스캔을 거쳐 과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이후 DSLR(렌즈 교환 일안 반사식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면서 자연스레 펜탁스 MX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요.

DSLR은 필카처럼 필름을 아낄 필요가 없다 보니 어마어마한 양을 찍으면서 제 최애 템이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2년 간 1,500 컷 정도 촬영한 필카의 사진이 같은 기간 20,000 컷 정도 촬영한 디카 사진보다 더 낫더라구요. 더 초보였고 자동 초점 기능도 없었고 50 mm 단렌즈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필름 사진은 변수도 많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가 2000년도에 들어서 단종 되었으니 최신 디카에 비해 성능이나 편의성 옵션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기다리고 고민하고 관찰하고 신중하게 한 컷 한 컷 누르는 과정이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기다림의 불편함이 역설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깊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죠.

느리고 불편하지만, 바로 그 느림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필름 카메라의 매커니즘 자체가 매력적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찰칵 울리는 경쾌한 셔터 소리, 촤르륵 하고 필름을 감는 맛을 잊지 못해 2012년 캐논 NF-1을 구매하게 됩니다.

추가로 올림푸스 EE3까지 영입하죠.

필름 카메라는 외관 그 자체로 멋집니다.

플라스틱부터 황동 또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티타늄 소재의 묵직한 바디.

레트로 한 멋을 풍기는 실버와 블랙 컬러의 조화

렌즈 안에 정체 모를 소수점 단위의 숫자와 눈금의 디테일

작동에 필요한 다양한 버튼과 레버까지.

디카가 ‘전자장비’라면 필카는 ‘기계장비’에 가깝습니다.

아름다운 기계.

카메라 제조사들이 좋은 카메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일념으로 장인 정신을 갖고 만들어낸 아름다움 기계 장비인 것이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만들어낸 산업의 산물이지만 그 이유 있는 부속품들이 모여 멋진 기계가 되었습니다.

조작법은 맘에 드는 필카를 찾고 나서 해당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 동호회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아주 구체적인 정보와 팁들이 있지요.

찾아보는 과정에서 애정은 더욱 커지고 남다른 정보력이 생기니 일거양득이에요.

 

 

필름 카메라의 종류

디지털카메라는 똑딱이, 미러리스, DSLR로 구분돼요.

필름 카메라는 크게 자동필름 카메라와 수동필름카메라로 나뉘고, 수동 필름카메라도 ‘렌즈 교환이 가능한 일안 반사식 카메라(SLR)’와 그 외의 카메라가 있습니다. 과거 집 장롱에 두던 자동필름카메라는 지금의 똑딱이 디카 정도로 보면 되고, SLR 카메라의 필름이 디지털로 바뀐 카메라가 자주 들어본 DSLR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러 필름카메라 중에서도 초점부터 심도, 노출까지 모두 사용자가 결정하는 카메라, 즉 완전 수동 카메라가 아날로그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입문용으로 많이 찾는 완전 기계식 수동 카메라가 니콘 FM2, 캐논 AE-1, 펜탁스 MX 등입니다.

상위 기종에는 소위 명기라 불리는 각 제조사의 대표 카메라들이 있죠.

마치 자동차와 비슷해요.

필름 카메라 소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게요.

 

필름의 종류

필름은 크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 ‘흑백 네거티브 필름’ , 슬라이드 필름으로 불리는 ‘포지티브 필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컬러 네거티브 필름

출처 : https://www.pngitem.com/middle/owbRTT_colour-negative-image-color-negative-film-c41-hd/

말 그대로 반전 필름이죠. 포토샵을 하신다면 반전시켰을 때 느낌 아실 거예요.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와 정 반대되는 명암과 컬러가 필름에 맺힙니다.

사진을 현상하면 다시 한번 반전시켜 원래의 색으로 인화되는 것이죠.

슬라이드 필름에 비해서 다루기도 쉽고 가격 또한 저렴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필름'은 거의 네거티브입니다.

 

- 흑백 네거티브 필름

출처 : https://imagerestorationcenter.com/how-to-convert-film-negatives-to-digital-pictures/

 

흑백 네거티브 필름은 네거티브 필름의 흑백 버전이지만 계조가 풍부하다 등 필름마다 고유의 성질이 있어요. 미술을 전공한 저도 사실 구분이 쉽진 않더군요.

 

- 포지티브 필름

출처 : https://fstoppers.com/education/primer-shooting-film-2020-film-stocks-518083

 

현상 후 필름에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으면 필름상에 이미지와 같은 컬러로 찍히기 때문이죠.

네거티브보다 색재현성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고 온도에 민감해서 보관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보통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더랬죠.

 

필름 현상, 스캔 

출처 : https://www.alexburkephoto.com/blog/2017/12/15/drum-vs-flatbed-scanner-side-by-side-comparison

필카족들은 바빠요.

입맛에 맞는 필름을 고르고 정성껏 다 찍고 나면, 필름(보통 1 롤 당 36 컷 )을 감아서 현상소에 맡겨서 ‘현상’ 해야 합니다.

현상은 암실에서 현상액이라는 약품을 사용해서 일정 시간 담가두면, 음화상이라는 게 나타납니다.

이 약품의 반응성을 멈추고, 착상제를 사용하고, 여러 번 물로 헹궈 필름에 담겨있던 사진의 상을 나타내고, 착색하는 과정을 바로 필름 현상이라고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종이로 옮기기 전까지의 과정을 ‘현상’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현상을 하고 PC 모니터로 보려면 디지털화를 해야 해요. 그걸 필름 스캔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아요. 많이 찾아보고 맘에 드는 곳을 단골 삼으면 됩니다. 제가 한창 필카로 찍을 당시 2005~6년은 현상에서 필름 드럼 스캔까지 필름 한 롤에 5,000~10,000 원 정도 했었어요. 그때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한 장에 담아 샘플을 보여주셨는데 그 종이를 보관하고 감상하는 것도 꽤나 즐거웠어요. 

 

인화

출처 : https://fotofast.com.au/film-processing-services/film-reprints-enlargements

현상된 필름과 필름 스캔한 이미지를 받았다면, 이제 PC로 찍은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 맘에 드는 사진을 종이로 인쇄하는 걸 인화라고 합니다. 맘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디지털 파일에서 그칠 게 아니라 인화해서 보관하시는 걸 추천해요. 인화 역시 인터넷 상에 많은 업체에서 하고 있으니 결과물을 따져 봐서 단골 삼으시면 될 것 같아요.

 

 

필름 카메라는 추억을 남기는 최고의 도구다.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까지 들여야 하는 필름 카메라를 보며 시대와 동떨어진 취미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가 일상을 특별하게 기록하고 담는 것이라면 한 장도 대충 찍을 수 없는 필름 카메라는 추억을 남기기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한 장의 사진을 담기 위해 오래 머물러 생각하는 만큼 추억도 오래 남을 겁니다.

좋은 사진은 촬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P.S 다음에는 필카의 종류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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