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로가 평일에도 사람이 붐비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것이 다르다.
140년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인천 개항로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인 중구에는 아직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동인천 개항로에는 차이나타운과 일본식 건축물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래서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선택한 첫 출사지가 동인천이었다.
서울 태생이 대다수였던 회원 입장에서도 인천은 특별한 피사체였던 것이다.
자유공원, 홍예문, 차이나타운, 답동 성당 등 열심히도 셔터를 눌러 댔다.
과거 개항로는 인천의 문화 중심지였다.
각종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했고 문화 예술 행사도 많이 이뤄졌다.
특히, 대한서림은 인천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최신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도 이 곳 개항로에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외환위기와 함께 인현동 호프집 화재까지 악재가 이어졌다.
(화재 참사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사건으로 수능 시험을 보고 난 뒤 어느 술집도 출입이 불가능해서 친구네 집에서 아버님이랑 기념주를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변 상권이 주안역 부근과 구월동 로데오거리 그리고 부평역 주변 등과 같이 인천 지역의 다양한 부도심들이 형성되면서 대거 이탈했다.낡고 오래된 것들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만 신경 썼을 뿐 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개항로는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길은 갈수록 뜸해졌다.
변화의 시작 개항 프로젝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개항로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개항로프로젝트는 뜻을 함께하는 디자이너·셰프·사업가·의사·기획자가 모여 개항로의 오래된 병원이나 은행 건물들을 개성 넘치는 가게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개항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건물을 부수지 않고 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파랑새방앗간
직접 짠 참기름으로 맛을 내는 비빔밥 맛집이다.
빈티지한 외관, 클래식한 내관의 반전 매력이 있다.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에 먹는 것 만큼이나 보는 즐거움도 크다.
브라운핸즈 개항로
개항로 대표 명소인 브라운핸즈는 오래된 이비인후과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접수창구, 캐비닛과 오래된 바닥 타일과 거친 벽은 당시 건물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얼 느낌은 곳곳에 식물들을 배치해 생기를 주면서 균형을 잡았다. 낡고 거친 벽, 묵묵히 오랜 세월을 버텼을 거울도 인상적이다.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국내 대표 백열전구 브랜드인 일광전구도 과거 산부인과 병원이었던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독특한 디자인의 백열전구가 포인트다. 병원의 낡고 차가운 느낌이 백열전구의 온기와 어우러져 근사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전구를 제작하는 오래되고 웅장한 설비가 설치 미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애관극장
인천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대표 극장이다.
경영난으로 매각설이 나왔을 때도 시민들이 합심해 서명을 했다고 한다. 개항로에 부는 변화의 바람과 함께 이 극장도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대를 이어서 사랑받는 개항로
개항로프로젝트는 옛 것과 새 것의 결합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타지역에서도 유사한 시도는 있었다. 몇몇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모여 매력적인 거리를 조성하고 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면서 임차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오래 가지 못했다.
어렵게 단장한 개항로는 어느 거리에 가도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노포와 장인의 재발견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고 대를 이어서 사랑받는 동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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